여행] 절벽 등대ㆍ푸른 초원…남쪽 끝섬은 '그림엽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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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는 누구나 꿈꾸는 국내 여행지중 한 곳이지만 쉽게 발걸음이 떼어지지 않는 곳이다. 항공료와 숙박비, 차량 대여료 등 만만찮은 여행비를 각오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 여름은 달랐다. 고유가와 경기불황 등으로 해외여행객들이 대폭 줄면서 발걸음은 자연스럽게 제주도로 향했다.
일단 발을 들여놓는다면 볼거리와 즐길거리는 어느 여행지보다 푸짐한 곳이 제주도다.
이중 국토 최남단 '섬 속의 섬'인 마라도(馬羅島)는 꼭 한 번 쯤은 가봐야할 곳이다.
국토 최남단이란 것 빼고는 알려진게 별로 없지만 한민족이 터를 잡은 땅의 제일 끝에 홀로 떠 있는 외로운 섬이라는 것만으로도 애틋한 감흥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서귀포 모슬포항을 벗어난 지 10분 정도 지나자 왼쪽 수평선 위에 엎드려 있는 섬이 눈에 잡혔다. 가파도다. "옛날 모슬포에서 돈을 빌린 후 배를 타고 바다로 떠나면 받을 길이 없어 '가파도 그만 마라도 그만'이라는 말이 나왔습니다. 그런 이유로 붙여진 이름이 가파도와 마라도입니다"라는 선장의 그럴 듯한 설명이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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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분 만에 마라도 선착장에 도착했다. 해안은 온통 수면 위로 20여 m나 치솟은 검은 화산암 단애(斷崖)들로 장관이다. 파도에 뭉그러진 절벽에는 뻥뻥 구멍이 뚫렸고 그 속으로 바닷물이 쉼 없이 오갔다.
선착장에 내려 10여m 높이의 계단을 오르면 마라도 여행의 시작이다. 푸른 잔디밭 위에 띄엄띄엄 서 있는 모든 건축물들이 예쁘고 소박해 마치 동화 속 세계에 온 듯 한 느낌이다.
마라도는 섬 전체가 천연기념물(제423호)이다. 동서로 500m, 남북으로 1.3㎞에 둘레가 4.2㎞(면적 0.3㎢). 하늘에서 바라보면 모양새가 꼭 고구마 같이 생겼다.
선착장 정상에서 왼쪽은 곧바로 너른 초원으로 이어진다. 오른쪽은 음식점을 지나 마라도 분교, 성당으로 이어진다. 어느 쪽을 택해도 결국은 제자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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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쪽 길을 택했다. 젊은 커플들은 자전거를 빌려 타고 바람처럼 해안길로 사라진다.
마을을 벗어나 초콜릿 박물관을 지나면 작은 비석이 반긴다. 거기에는 '대한민국 최남단(大韓民國 最南端)'이란 글씨가 한자로 쓰여 있다. 말 그대로 발을 디디고 설 수 있는 가장 남쪽 끝인 것이다.
투박하게 생겼지만 오가는 사람들이 사진을 찍어 대느라 줄을 서야 할 정도로 인기다. 그 앞엔 기암 괴석 모양의 장군바위가 있다. 하늘에서 살고 있는 천신이 땅에 살고 있는 지신을 만나기 위해 내려오는 길목이라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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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석을 지나 작은 언덕을 돌아들면 멀리 하얀 등대가 자리하고 있다. 에메랄드 빛 바다를 배경으로 초원 끝 절벽 위에 세워진 하얀 등대는 지중해에서나 볼 수 있을 듯한 이국적인 정취를 물씬 풍기고 있다.
앞마당에는 세계의 유명 등대가 세계 지도와 함께 작은 동상으로 세워져 색다른 볼거리를 제공한다. 바로 옆에는 등대의 외로움을 달래 주려는 듯 성당이 다소곳이 서 있는데 그림엽서에 나올 만큼 예뻐 기념 사진을 찍기에 제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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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착장으로 내려서는 길, 마라도의 아름다움을 기록한 김영갑(사진가ㆍ2005년 작고)씨의 글이 머리를 스친다.
'마라도는 참으로 아름다워서 좋다. 섬 안에서 일출과 일몰을 다 볼 수 있어서 좋다. 10분만 걸으면 동서남북 원하는 곳에 가 닿을 수 있다. 일출과 일몰은 보고 또 보아도 볼 때마다 새롭다'
배편의 압박으로 마라도의 일몰은 보지 못했지만 그리움을 하나 쯤 남겨둬야 다시 찾을 수 있을거 같아 오히려 다행스럽다.
마라도(제주)=글ㆍ사진 조용준 기자 jun21@asiaeconomy.co.kr
◇여행메모
△가는길=마라도행 배의 출항지는 서귀포시 대정읍의 모슬포와 송악산 두 곳. 모슬포항에서 25분, 송악산에서 30분(편도)
여객선 모슬포호는 오전 10시∼오후 5시, 모슬포항에서 매시 정각 출발한다. 왕복 1만5500원. (064)794-3500
유람선인 송악산101, 102호는 오전 8시 30분∼오후 3시, 송악산 선착장에서 30분마다 출항. 섬 체류 시간(1시간 30분)포함 왕복 1만5000원. (064)794-6661. 선편 운항 취소 여부는 꼭 사전에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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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꼭=마라도는 햇볕을 막아줄 마땅한 그늘이 없어 양산과 냉수, 선크림은 필수.
△제주도는 30일까지 '제주관광그랜드세일 2008'을 연다. 내외국인을 대상으로 항공, 호텔, 렌터카 등을 최고 20~50% 할인한다.
제주사랑렌트카(www.jrent.co.kr/064-712-0091)는 24시간 기준으로 아반떼 XD를 4만4000원(종전 8만9000원)에 NF소나타는 5만7000원(종전 13만4000원), 에우쿠스 3.5는 13만원(종전 32만원) 등에 이용할 수 있다.
출처 : http://www.asia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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