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섬에 가고 싶다 - 사랑의 전설이 깃든 `우이도`
사랑의 전설이 깃든 '우이도'
꽃조개 잡고 돌미역 뜯고우린 섬사람 됐다
숫처녀 마음같은 백사장, 섬 산책길 추억 만들고...
상상봉 산행 다녀와선 감칠맛 찌개로 '술 한잔'
바람이 분다. 눈에 보일 듯 말 듯 미세한 모래 바람이다. 바람이 더듬고 지나간 언덕엔 어느덧 무늬가 그려진다. 대부분 물결을 닮았다. 바다를 스쳐온 바람은 파도가 그리웠나보다. 모래바람이 부는 언덕마루에서 발아래 펼쳐진 풍광을 내려다본다. 파도 밀려드는 파란 바다 너머로 다도해의 섬들이 그리움처럼 밀려든다.
소의 귀를 닮았다는 우이도(牛耳島)는 모래로 유명한 섬이다. 주민들은 오랜 세월을 모래바람과 함께 살아왔다. 오죽하면 '우이도 처녀들은 모래 서 말 먹고 시집간다'는 말까지 생겼을까. 우이도의 상징인 모래언덕은 섬 서쪽의 돈목마을에 있다. 주민들이 '산태'라 부르는 이 모래언덕의 수직 고도는 약 50m, 경사면의 길이는 100m, 경사도는 32∼33도쯤 된다. 우습게 보일지 몰라도 힘 좋은 남자도 한 번에 오르지 못하고, 심장 약한 사람에겐 경사가 70∼80도처럼 가파르게 느껴진다.
섬사람들은 여기에서 슬픈 전설을 빚어냈다. 아주 오랜 옛날, 언덕 남쪽의 돈목마을 청년과 북쪽의 성촌마을 처녀가 사랑에 빠졌다. 젊은 연인은 사람들의 눈을 피해 날마다 이 언덕에서 만났다. 둘의 사랑이 깊어만 가던 어느 날, 파도 심한 밤에 청년이 나타나지 않았다. 언덕에서 며칠을 기다리던 처녀는 연인이 고기잡이 나갔다가 풍랑에 휩쓸려 목숨을 잃었음을 알게 된다. 상심한 처녀는 결국 파도치는 바다로 뛰어들고 말았다. 주민들은 남자는 죽어서 바람이 되었고, 여자는 죽어서 모래가 되었다고 말한다. 두 연인은 자신들이 사랑을 쌓아가던 그 언덕에서 바람과 모래로 만나고 있는 것이다.
모래언덕의 추상적인 무늬는 못 다한 사랑가의 변주곡이다. 누구의 변덕 때문일까. 무늬는 시시때때로 달라진다. 특히 바람이 세게 불거나 소나기라도 한바탕 내린 뒤엔 모래들이 뭉쳐 갖가지 형상의 조각품들을 빚어낸다. 그래서 이들의 사랑을 방해하는 이방인들의 발자국도 하룻밤이 지나면 원상으로 돌아오게 마련이다.
처녀의 마음처럼 결 고운 모래가 깔린 우이도 백사장엔 꽃조개가 산다. 꽃조개는 국물 맛이 시원할 뿐만 아니라 껍질도 예뻐 아이들이 좋아한다. 잡는 데 특별한 기술은 없다. 쪼그리고 앉아 날렵하게 생긴 호미로 김을 매듯 차근차근 긁는 게 요령이다. 이렇게 하다보면 '툭' 하고 자갈이 걸린 것 같은 느낌이 온다. 십중팔구 꽃조개다. 잘 잡히는 곳에선 열 번에 한 마리씩 걸려든다. 혼자 1∼2시간 정도면 한 가족이 조갯국 한번 끓여먹을 정도의 양을 잡을 수 있다. 돈목해수욕장의 백사장 안쪽의 가운데쯤이 꽃조개잡이 포인트. 모래언덕 북쪽의 큰대침이 해안은 손을 덜 탔기 때문에 씨알도 굵고 잘 잡힌다. 호미는 민박집에서 공짜로 빌려준다.
섬엔 교통편이 전혀 없으므로 산책하기에도 좋다. 아이들 손잡고 다녀올 수 있는 돈목∼모래언덕∼큰대침이∼성촌∼돈목 산책길이 왕복 1시간쯤 걸린다. 꽃조개 잡는 시간까지 합쳐도 3시간이면 여유롭게 둘러볼 수 있다. 산행 경험이 많다면 우이도 최고봉인 상상봉(358.6m)을 다녀오자. 정상에서 바라보는 다도해 조망이 아주 빼어나다. 왕복 3∼4시간 소요.
우이도 특산품은 6월 말에서 7월 말 사이에 채취하는 천연 돌미역이다. 썰물 때 해안 갯바위에서 낫으로 베어온다. 20가닥짜리 한 단에 15만∼18만원을 호가한다.
(우이도=글·사진 민병준 여행작가 '이 땅에 가장 아름다운 여행지 36' 저자 sanmin@empal.com )
** 여행수첩 **
■자가운전
서해안고속도로 목포IC→1번 국도→목포여객선터미널 호남고속도로→광산IC→13번 국도→광산→나주→1번 국도→무안→목포→목포여객선터미널. 서울서 5∼6시간.
■현지교통
목포여객선터미널→우이도(직항)=섬사랑6호 1일 1회(12:10) 운항, 3시간20분 소요. 어른 1만2510원, 어린이(만 3세 이상) 6150원. 우이도→목포=1일 1회(07:15) 운항. 직항하는 배를 못 탔을 경우엔 목포↔도초도(1일 4∼5회) 배편을 타고 도초도까지 간 다음, 도초도↔우이도(1일 1∼2회) 배편을 이용한다. 도초도→우이도=1일 2회(06:30 14:20), 우이도→도초도=1일 1회(15:30) 운항. 시간 변동이 잦으니 배편을 반드시 문의할 것. 목포여객선터미널(061-243-0117), 목포대흥상사(061-244-0005), 도초여객터미널(061-275-2300). 섬내 교통편=돈목엔 경운기 4대가 전부다. 휴대폰은 돈목선착장 주변을 제외하고 대부분 불통. 공중전화 4대.
■숙식
돈목마을은 전체 13가구 중 6가구가 민박을 친다. 박화진씨가 운영하는 다모아(061-261-4455)를 비롯해 우림장(061-261-1860), 한승미(061-261-1740) 등의 민박집이 있다. 1실(3인 가족 기준)에 2만∼3만원. 섬엔 식당이 없지만 민박 손님에게 식사(1인분 5000원)를 제공한다. 맛 좋은 생선찌개와 구이 등이 끼니마다 올라온다. 텃밭에서 뜯어온 나물도 맛있다. 신안군청(www.sinan.go.kr), 도초면 우이도출장소(061-261-1866).
[출처: 조선일보] [농촌넷 : http://www.nongchon.net]